비즈니스 관찰노트 · 첫 번째 이야기
사미르 아마드는 미국 통신회사 버라이즌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 2년쯤 전 그는 회사를 나와 혼자 코칭과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AI가 얼마나 쉽고 좋은지 말하는 SNS 글들을 보던 참이었다. 사업계획을 세울 때도, 마케팅을 할 때도 AI를 썼다. 직원은 없었지만 계획을 같이 짜고 홍보 문구를 같이 써 줄 상대는 있었던 셈이다. 그는 AI를 두고 "내 비서실장, 2인자 같았다"고 말했다.
사업은 몇 달 만에 흐지부지됐다. 그는 지금 한 유틸리티 회사에 다시 정규직으로 다니고 있다.
이 이야기는 올해 7월 월스트리트저널이 쓴 기사에 나온다. AI를 써서 직원 없이 혼자 사업하는 사람들을 다룬 기사였고, 결제회사 스트라이프에서 연 매출 100만 달러를 넘기는 1인 사업자가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두 배로 늘었다는 통계도 함께 실렸다. 올해 매출 1,000만 달러를 내다보는 창업자, 직원 없이 앱 하나로 매달 이익을 내는 사람 사이에 사미르의 이야기가 짧게 끼어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보다 이 몇 줄이 더 오래 눈에 남았다. AI를 쓰는 사람은 이렇게 많은데, 왜 어떤 사람은 그 AI로 사업을 키우고 어떤 사람은 몇 달 만에 접게 될까.
같은 질문을 들고 한 사람을 더 찾아봤다. 사미르처럼 혼자 컨설팅을 하고, 사미르처럼 AI를 쓰는 사람이다.
데이나 스나이더에게는 AI보다 먼저 있던 것
데이나 스나이더는 미국에서 비영리단체의 모금을 돕는 컨설팅 회사 Positive Equation을 운영한다. 디지털 마케팅과 홍보 일을 하다가 2017년 비영리 분야로 돌아왔다. 개발 경험은 없다.
그녀가 붙잡은 문제는 하나였다. 사람들은 이제 반려견 사료부터 스마트 초인종까지 매달 요금을 내고 구독한다. 그런데 왜 비영리단체는 매달 후원하는 사람을 더 많이 만들지 못할까. 단체들에게 물어보면 대답이 비슷했다. 일손이 없고, 그걸 관리할 기술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단체가 한 번씩 들어오는 기부, 지원금, 자선 행사, 몇몇 큰손 후원자에 기대 살림을 꾸린다. 수입이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 미리 알기 어려운 구조다.
데이나는 정기후원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정리해 2024년에 『The Monthly Giving Mastermind』라는 책으로 냈다. 그 방법을 따른 뉴욕의 단체 Maloto는 1년 반 만에 정기후원자가 12명에서 70명으로 늘었고, 한 해 후원액은 19,800달러에서 61,440달러가 됐다. 노스캐롤라이나의 SAFE Alamance는 정기후원자가 세 배가 됐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정기후원 프로그램은 하나의 상품이다." 단체가 후원자에게 내놓는 상품이라는 뜻이지만, 그녀 자신의 일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말이다. AI를 쓰기 전에 데이나에게는 2017년부터 단체들과 일하며 다듬고, 책으로까지 정리해 둔 방법이 있었다.

6개월 동안 자기 방법을 소프트웨어로 옮기다
문제는 그 방법이 닿는 곳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Fortune은 데이나가 겨냥한 시장을, 사람 컨설턴트를 고용하기 어려운 미국의 소규모 비영리단체들로 설명한다. 기사에서 제시한 비중은 약 93%다. 데이나가 아무리 좋은 방법을 갖고 있어도, 그녀의 시간을 살 수 있는 단체만 그 방법을 쓸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컨설팅 과정을 소프트웨어로 옮기기로 했다. 지난해 개발 경험 없이 Replit이라는 AI 코딩 도구로 6개월 동안 직접 플랫폼을 만들었다. 플랫폼은 단체가 정기후원 프로그램을 단계별로 만들어 가도록 안내하고, 그 단체에 맞는 모금 전략과 후원자 소통 계획을 만들어 준다. 그녀의 방법을 넣어 둔 AI는 후원 프로그램 이름 후보 세 개를 골라 준다.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컨퍼런스에 나가기 전, 그녀는 연사들의 링크드인 주소 목록과 보낼 메시지만 정해 둔다. 연락을 보내는 일은 AI가 한다. 지금은 팟캐스트 제작과 강연 준비를 도와줄 AI도 만들고 있다. 고객 대부분을 플랫폼으로 관리하고, 회사의 상근 직원은 그녀 한 명이다.
그녀는 AI를 이렇게 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손으로 해야 하는 반복 작업을 AI에 맡기면, 새로운 생각을 하는 데 머리를 더 쓸 수 있다."
AI가 해 준 일과 해 주지 못한 일
사미르도 데이나도 혼자였고, 둘 다 AI를 일 잘하는 조수처럼 썼다. 계획을 세우고, 글을 쓰고, 연락을 돌리는 일을 AI가 거들었다.
사미르의 사업이 왜 멈췄는지는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 기사에 나온 건 앞에서 쓴 몇 줄이 전부다. 그러니 그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기사에 드러난 두 사람의 차이 하나는 분명하다. 데이나는 AI를 들이기 전부터 돈을 받고 단체들을 도와 온 방법을 갖고 있었다. AI는 그 방법을 새로 만들어 주지 않았다. 이미 통하던 방법이 그녀 혼자서는 닿을 수 없던 더 많은 단체에 닿게 해 줬을 뿐이다.
같은 기사에 나온 또 한 명의 창업자 클레어 보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녀는 테크 기업 임원으로 일하던 2023년 말, ChatGPT의 도움으로 앱을 만들었다. 처음 9개월은 혼자 운영하다가 엔지니어를 고용했고, 2026년 7월 보도 당시 사용자가 10만 명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AI가 얼마나 쉬운지는 과대평가하고, 내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해 온 일은 과소평가한다." 그녀는 업계에서 쌓아 온 인맥과 신뢰가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서 배우는 1인 기업 경영
이 이야기를 단순한 성공과 실패로 읽고 끝내기는 아깝다. 두 사례만으로 사업의 성패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AI가 들어오면서 혼자 사업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살펴볼 수 있다. 1인 기업가가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세 가지로 추려 본다.
첫째, 내 시간을 파는 일을 제품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
컨설팅이나 코칭은 내 시간을 파는 일이다. 하루에 만날 수 있는 고객 수가 정해져 있으니, 매출도 내 시간을 넘어서기 어렵다. 데이나는 자기 방법을 소프트웨어로 옮기면서 이 한계를 넘었다. 이제는 그녀가 일일이 만나지 않아도 여러 단체가 플랫폼의 안내를 따라 정기후원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녀는 고객 대부분을 플랫폼으로 관리한다.
예전에는 이런 일을 하려면 개발팀과 큰돈이 필요했다. 지금은 개발 경험이 없는 한 사람이 6개월 만에 해냈다. AI 시대에 1인 기업에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이것이다. 다만 옮길 것이 있어야 옮길 수 있다. 데이나에게는 책으로 정리해 둔 다섯 단계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1인 기업가가 먼저 해 둘 일은 AI 도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고객을 만날 때마다 반복하는 과정을 글로 정리해 두는 것이다.
둘째, 확인한 다음에 키운다
사업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무언가를 풀어 주는 일이다. 데이나의 사업은 한 번씩 들어오는 기부와 행사에 기대느라 수입을 내다보기 어려운 단체들의 어려움에서 시작했다. 그녀는 2017년부터 단체들과 일하며 그 어려움을 직접 풀어 봤고, 2024년에 그 방법을 책으로 정리했다. AI로 플랫폼을 만든 건 그다음 해였다.
AI는 사업계획서를 몇 분 만에 써 준다. 그럴듯한 고객층과 홍보 문구, 가격표까지 정리해 준다. 하지만 그 계획서에 적힌 사람이 정말 그 문제로 힘들어하는지, 내 방법이 정말 그 문제를 풀어 주는지는 알려 주지 못한다. 그건 사람을 직접 만나 한 사람의 문제를 끝까지 풀어 봐야만 알 수 있다. 사미르가 어떤 고객 검증을 거쳤는지는 보도만으로 알 수 없다. 데이나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고객의 문제를 오래 다룬 다음 방법을 정리하고 그다음에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순서다. 시작이 쉬워진 만큼 이 순서를 거꾸로 밟기도 쉬워졌다.
셋째, AI에게 맡길 일과 내가 붙잡을 일을 나눈다
직원이 없는 1인 기업에서 조직을 짠다는 건, AI와 나 사이에 일을 나누는 것이다. 데이나는 연사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프로그램 이름 후보를 뽑는 일을 AI에게 넘겼다. 반복 작업을 넘긴 만큼 새로운 생각을 하는 데 머리를 더 쓸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거꾸로 일부러 AI에게 넘기지 않는 일도 있다. 같은 Fortune 기사에 나온 창업자 마오르 슐로모는 혼자 만든 회사에서 고객지원 챗봇을 만들었다가 2주 만에 껐다. 고객 문의를 직접 읽어야 제품을 가까이에서 알 수 있다는 이유였다. 반복되고 답이 정해진 일은 AI에게 맡기고, 고객을 알게 해 주는 일과 판단이 필요한 일은 내가 붙잡고 있는 것.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는 이 구분이 곧 회사의 조직도다.
이 세 가지를 지나고 나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지금 내게, AI 없이도 누군가 돈을 내고 사는 것이 있는가. 있다면 AI는 그것을 혼자서는 닿지 못하던 사람들에게까지 전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 아직 없다면, 먼저 할 일은 AI에게 사업계획서를 맡기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어려움을 직접 풀어 보는 일이다.
오늘, 내가 반복해서 풀어 온 문제 하나
데이나의 사례를 방향의 문제로 읽으면 질문이 조금 달라진다. AI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내가 오래 붙잡아 온 문제는 무엇이며 그 방법이 누구에게 필요한가를 먼저 묻게 된다.
AI가 옮겨 줄 나의 방법은, 고객과 함께 쌓아 온 경험에서 시작된다.
오늘은 최근에 누군가를 도왔던 장면 하나를 떠올려 보자. 그 사람이 막혀 있던 일, 내가 실제로 해 준 일, 그 뒤에 달라진 일을 세 줄로 적는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해서 떠오른다면, 그 안에 내 방법의 첫 단서가 있을 수 있다.
그 과정을 AI에게 정리해 달라고 한 뒤에는, 같은 어려움을 겪는 한 사람에게 직접 써 보자. 무엇이 도움이 됐고 어디에서 다시 막혔는지 묻는 일까지가 이번 실험이다.
이 글에 나온 이야기의 출처
- 사미르 아마드·클레어 보: The Wall Street Journal, 「The Rise of Million-Dollar Companies With Just One Employee」, 2026년 7월 30일. Kanebridge News 재게재 기사에서 확인했다.
- 데이나 스나이더·마오르 슐로모: Beatrice Nolan, 「Solo founders are using AI to do the work of entire teams—but going it alone has limits」, Fortune, 2026년 5월 18일.
- 데이나 스나이더의 다섯 단계와 단체별 후원 성과: Katherine Owen, 「How Dana Snyder Is Turning Donors into Subscribers」, SUCCESS, 2026년 10월 1일. 잡지 2026년 7·8월호에 먼저 실린 기사다.
